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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로스팅”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커피 원두의 풍미와 향은 로스팅 과정에서 크게 좌우되지요.
전 카페에 가서 주문하면서 늘 그라인더에 담긴 커피를 먼저 확인하곤 합니다.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의 로스팅 정도를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죠. 저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기때문에 로스팅이 많이 된 커피같으면 우유가 들어간 커피음료를 주문하거나 아예 다른 음료를 주문한답니다.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를 마실 때 로스팅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커피 음료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커피가 어떻게 로스팅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1. 로스팅이란 무엇일까?
로스팅은 생두(green beans)를 고온에서 가열하여 우리가 아는 커피 원두로 변환시키는 과정입니다. 로스팅을 통해 원두의 색, 맛, 향이 모두 변화하는데요, 단순히 갈색으로 변하는 것 이상의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마치 빵을 굽는 것처럼, 열이 원두 내부로 침투하며 생두의 복합적인 화합물들이 분해되고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2. 로스팅 단계
커피 로스팅은 보통 네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각각의 단계에서 원두는 독특한 변화를 겪으며, 최종 커피의 풍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1. 건조 단계 (Drying Stage)
첫 번째는 건조 단계입니다. 생두는 수분 함량이 약 8-12% 정도로 시작됩니다. 로스팅을 시작할 때 원두를 천천히 가열하면서 수분을 증발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원두는 크게 변화하지 않지만, 수분이 증발하면서 원두 내부에 열이 골고루 퍼지기 위한 중요한 기초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2-2. 황변 단계 (Yellowing Stage)
원두가 서서히 황색으로 변하는 단계입니다. 이때부터 원두의 성분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주요 변화는 원두 속 당이 열에 반응하며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빵이나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으로, 이 과정을 통해 원두는 단맛과 풍미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2-3. 1차 크랙 (First Crack)
원두가 본격적으로 갈색으로 변하면서 ‘팝!’ 소리가 나는 순간이 옵니다. 이를 ‘1차 크랙’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시점에서 원두 내부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며 압력이 증가하고, 그 결과 원두가 팽창하면서 균열이 생깁니다. 1차 크랙은 로스팅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이 시점부터 원두는 커피 특유의 풍미와 향을 더 깊게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로스팅 시간과 온도에 따라 원두의 산미, 단맛, 쓴맛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2-4. 2차 크랙 (Second Crack)
더 긴 로스팅을 할 경우 ‘2차 크랙’이 발생합니다. 이때 원두는 더욱 진한 갈색으로 변하며, 크랙이 일어나면서 오일이 표면으로 배어나옵니다. 2차 크랙이 지나면 원두는 더욱 쓴맛과 탄 맛을 가지게 되며, 초콜릿이나 캐러멜 같은 깊은 향을 발산하게 됩니다. 이 단계는 흔히 ‘다크 로스트’로 불리며, 진하고 강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3. 로스팅 수준에 따른 커피의 특징
로스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각 로스팅 단계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3-1. 라이트 로스트 (Light Roast)
라이트 로스트는 1차 크랙 직후에 끝나는 로스팅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원두 본연의 산미가 살아있고, 원두가 자란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원두는 라이트 로스트 시 과일향과 꽃향이 돋보이죠. 이러한 라이트 로스트 커피는 과일 향이 짙고 상쾌한 맛을 내지만,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3-2. 미디엄 로스트 (Medium Roast)
미디엄 로스트는 1차 크랙이 끝난 후 원두가 더 깊은 갈색을 띨 때까지 진행됩니다. 산미와 단맛이 균형을 이루며, 더 많은 바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로스팅 단계에서는 캐러멜이나 견과류 같은 맛이 추가되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냅니다.
3-3. 다크 로스트 (Dark Roast)
다크 로스트는 2차 크랙 이후까지 진행되며, 원두 표면에 오일이 나타날 정도로 진한 갈색을 띱니다. 다크 로스트 커피는 쓴맛과 탄 맛이 강하며, 종종 스모키한 향이 느껴집니다. 이 로스팅 방식은 원두 고유의 특성보다는 로스팅으로 인한 맛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4. 로스팅이 커피 맛과 향에 미치는 영향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 내부의 화학적 변화는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로스팅 시간이 짧을수록, 원두 본연의 특성이 살아나며 과일향과 산미가 두드러집니다. 캐러멜화가 진행되면서 단맛이 증가하지만 다크 로스트가 되면 감소합니다. 더 오래 로스팅하면 쓴맛이 강해지며, 전체적으로 묵직한 느낌의 커피가 완성됩니다.
미디엄 로스트 이후부터는 커피 고유의 향이 급격히 감소하며, 다크 로스트에서부터는 생두가 가진 고유의 향은 거의 사라집니다. 커피가 타면서 자극적이거나 매운 향이 새롭게 생성됩니다.
5. 집에서 커피 로스팅이 가능할까?
최근에는 가정용 로스터기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물론, 상업적인 로스터기만큼 정교한 컨트롤은 어렵겠지만, 커피 애호가들이라면 직접 로스팅을 시도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집에서 로스팅을 할 때는 주로 팬 로스팅을 시도하는데, 원두를 골고루 뒤집어가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예전에 집에서 팬으로 약간의 생두를 로스팅 해 본 경험이 있는데요.
로스팅을 하면서 생두에 붙어있던 실버스킨들이 벗겨지면서 날리는 바람에 끝나고 청소하느라 더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직접 해보면서 색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로스팅 정도의 상태로 만들어냈다는 뿌뜻함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커피 로스팅은 단순히 원두를 가열하는 과정이 아니라,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섬세한 과정입니다. 라이트 로스트에서 다크 로스트까지, 각 로스팅 단계마다 커피의 특징이 달라지며, 로스터의 기술과 경험에 따라 커피의 품질이 좌우됩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스팅 단계를 선택해 더욱 풍부한 커피 경험을 즐겨보세요!